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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행사
자연정신과 서예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1997년 서예의 활성화·대중화·세계화·동서교류 등을 목적으로 성립된 이래 현대 한국 서예의 창작과 연구 활동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전라북도와 전주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조직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국내외 서예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2017년 제11회의 행사를 개최하기까지 20여 년 동안 매회 각각의 주제를 설정하여 다각적인 모색과 창신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많은 매체를 통한 홍보와 학술적 연구를 독려하여 서예의 경계를 크게 확장시켰다.

2019년 제12회를 맞이하면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국내외적으로 최고의 위상과 활동성·가능성·영향력을 지닌 서예단체로 정립됨을 자부하는 한편 지난 20년의 자취를 돌아보고 지금 우리가 나아갈 바를 검토해본 결과 대체로 "서예의 본체 및 본질 구현", "대중과의 소통 진작", "신진 서예가 발굴"등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집약되었다.

첫번째로 꼽은 ‘서예의 본체 및 본질 구현’이란 서예가의 책무 가운데 가장 긴요한 것으로 서예에 ‘도’를 체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서예는 동방의 전통예술로서 그 핵심 또는 이론의 기초는 당연히 전통철학이며, 전통철학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명제는 天·道·易·太極·理·氣·心·性……등등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道와 氣는 전통문화를 특징짓는 가장 대표적인 명제로 철학과 예술의 근원이 된다. 따라서 동방의 역대 사상가들은 대부분 ‘도’와 ‘기’를 논하였고, 예술가들 또한 ‘도’와 ‘기’를 예술의 중추로 삼았으며, 서예·문학·회화·무용·건축·조각 등은 물론 심지어 바둑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도’와 ‘기’를 강구하였다. 이 가운데 특히 서예는 기타 예술분야와도 상통하며 융화하는 동방의 핵심예술로, 서양예술학적 체계에서는 그 자리를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는 독특한 예술이다.

그러나 근 일백여 년 동안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믿고 지켜왔던 전통사상과 문화를 버리고 서양의 천문학적 우주관과 물리학적 세계관을 수용함에 따라 우주관을 이야기 할 때 ‘도’와 ‘기’를 말하지 않았고, 자연에서 비롯되었다는 서예에 대해서도 동방의 심후한 우주관을 기초로 말하지 않았다.

서예의 독특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는 추상미를 서양의 추상화에 비유하거나 대입시켜가면서 서양예술 체계 속에서 서예의 자리를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동방예술을 서양예술로 둔갑시켜보려는 억지에 불과할 뿐이며, 서예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국 ‘도’와 ‘기’를 바탕으로 탄생된 서예의 독특한 의미는 잃게 되고, 서예학습의 길잡이인 서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형적에만 의지할 뿐 정작 핵심이 되는 서예정신은 얻지 못함에 따라 말초적·조형적 변화만을 추구함으로써 진정한 서예로부터 멀어지고,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2018년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서예진흥법’이 제정되었다. 바로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동방문화의 뿌리이자 서예의 근원을 되찾는 것이다. 우리의 정신을 진정으로 편안하게 하고 감동을 주며, 영혼을 맑게 씻어줄 수 있는 墨相과 역량을 절실하게 구해야 한다. 이는 서구문화의 틀에 갇혀 본질을 잃은 채 21세기를 맞는 동방문화예술이 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중요 화제이자 서예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서예가의 시대적 사명이기도 하다.

서양예술과 다른 서예의 미는 단순한 技와 藝만으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예란 심후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자유와 생명을 최우선시하는 동방의 정신·민족 간 고유의 정서·개인의 정기 등이 융합된 정신예술이며, 기타 모든 예술과 삶의 단서를 함축하는 복합예술이며, 고정을 거부하고 변화를 중시하는 생명예술로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과 고유성·개성 등이 융합·표현되는 道의 예술이다.

우리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통하여 희망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서예정신을 감상할 수 있고, 깊고 넓은 학술적·철학적 깊이를 통찰하는 것이며, 다양한 서예미를 통하여 대중과 함께 도를 음미하고 체험하는 것이다.

이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는 ‘서예로 도를 밝히다’라는 명제 하에 모든 행사를 주관하고자 한다. 이러한 운동은 장차 서예의 범주를 넘어 우리 사회에 하나의 불씨가 되어 지금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도 확실한 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위한 초석으로‘道·氣와 서예의 합일’을 주제로 한 학술논문을 공모하고, 선정된 논문을 작가들에게 적극 전파하는 한편 순수서예와 생활 속에서 즐기는 응용서예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였다.